식도락가와 무절제한 쾌락주의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어떤 음식을 즐겨 먹을까 하는 의문은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던 후지모토 겐지의 책 '김정일의 요리인'이 발간되면서 풀렸다. 김정일을 상상을 초월하는 미식가로 묘사한 이 책에서, 후지모토는 북한 주민들이 기아로 떼죽음을 당하던 시기에도 김정일의 요리사들은 음식 재료를 구하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요리사들은 덴마크에서는 돼지고기, 이란에서는 캐비어, 일본에서는 주로 생선류, 동남아에서는 두리안, 파파야 등의 과일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음식으로 그의 식탁을 차렸다고 한다.

'Mr. 김정일'의 저자인 마이클 브린 역시, 김정일이 미식가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특히 그가 먹는 쌀은 알갱이를 한 톨 한 톨 점검해 그가 원하는 크기에 맞춰야 했으며, 색깔도 철저하게 똑같아야 했다고 한다. 브린은 기아가 횡행하는 나라의 지도자가 그런 식으로 음식 재료를 준비시키는 것이 역겹다고 기술하고 있다.

러시아 대사 역시 김정일이 러시아 방문 당시 음식에 애착을 보였다고 증언했는데, 식탁에는 항상 상어지느러미 요리가 빠지지 않았으며 음식 재료는 북한에서 직접 비행기로 조달했다고 전한다. 특히 남긴 음식은 밀봉해 북한으로 보내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김정일이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돼지비계가 있으며, 향이 진한 커피를 자주 마신다고 말했다.

지도자가 이렇게 호사를 누리는 동안 북한 주민들은 배고픔을 견뎌야 했다. UN은 지난 2002년 북한 어린이 수천 명의 영양 상태를 조사한 결과, 40%가 만성적인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에는 기아로 죽어가는 어린이들이 수백만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NGO(비정부기구)에서는 북한이 매년 5백만 톤의 식량이 부족하고, 올해만도 2백만 톤이 부족한 현실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미식가(美食家) 또는 식도락가(食道樂家)는 음식에 대하여 특별한 기호를 가지거나, 여러 좋은 음식을 찾아 맛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을 말한다. 영어 단어로는 epicure 또는 gourmet, gourmand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epicure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Epicurus(에피크로스)에서 유래한 단어다. 에피크로스는 개인적·정신적 쾌락의 추구를 인생의 최대 목표로 하는 사상을 주장했다. 하지만 에피크로스의 쾌락주의는 무절제한 쾌락이 아니라, 간소한 생활 속에서 정신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절제된 쾌락이었다.

ㆍ미식가, 식도락가 - epicure, gourmet, gourmand, bon vivant
ㆍ미식가적인 - epicu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