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는 '돈 벌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소비를 위한 도구'다. 따라서 신용카드와 재테크는 상극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용카드도 잘만 사용하면 '돈 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신용카드의 가장 큰 매력은 신용카드를 오늘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오늘 당장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금 당장 내 손에 돈이 없어도 카드로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지만, 반대로 충동구매로 인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즉 신용카드의 최대 장점이 바로 신용카드의 문제점이기도 한 셈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신용카드에 '신용공여기간'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신용공여기간이란 고객이 카드로 물건을 사거나 현금서비스를 받은 날로부터 대금을 결제하거나 돈을 갚은 날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신용카드가 '돈 되는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신용공여기간을 적절히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보통 각 카드사용자는 결제일을 정해놓고 매달 그 정한 날에 카드사용대금을 납부한다. 결제일을 25일로 정해 놓으면 카드를 어느 때 사용하더라도 매달 25일에 한꺼번에 결제를 하게 된다.
하지만 매달 25일에 결제를 한다고 해도 지난달 24일부터 이번달 25일까지 카드로 사용한 금액을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카드사마다 정해 놓은 신용공여기간에 따라 결제 일자가 차이가 난다.
카드사 별로 신용공여기간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 12~45일 정도가 된다. 즉 결제일로부터 45일 전부터 17일전까지 사용한 금액을 결제하는 것이다.
카드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 신용공여기간이 길면 길수록 금전적 혜택을 볼 수 있다. 물건대금 만큼 그 비용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예금 등에 예치한다고 가정하면 그 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이론상 이자소득을 얻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카드사가 제공하는 신용공여를 금전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예컨대 신용카드로 매달 50만원을 사용한다고 가정해보자(현금서비스 등 대출 및 할부제외). 17일의 신용공여기간을 활용한다면 이 경우 연간 1만4000원(연 이자 5% 적용 시)을, 47일의 신용공여기간을 활용했다면 연간 3만8500원을 절감할 수 있다.
반대로 신용카드사 입장에서는 신용공여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자금운용 사정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신용카드사의 연간 신용판매 매출액이 15조원 안팎이라면 연간 60억원(자금조달 금리 5% 가정)의 자금부담 효과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제활동인구 1인당 4매 정도의 카드를 소지하고 있다. 따라서 카드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소지한 여러 카드의 신용공여기간을 달리해서 신용공여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 카드를 사용하게 되면 신용카드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신용공여기간도 신용판매냐, 현금서비스냐에 따라 달라진다. 신용판매나 현금서비스나 똑같은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지지만, 현금서비스의 신용공여기간은 신용판매의 신용공여기간보다 열흘 이상 긴 26~60일 정도다.
카드사 입장에서 신용판매는 기간이 짧을수록 자금운용이 수월해지는 반면, 현금서비스는 이용기간이 길수록 이에 따른 수수료 수입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A카드의 경우 매달 결제일이 15일이면 신용판매 이용대금은 전월 4일부터 당월 3일까지 사용된 금액이 청구된다. 하지만 현금서비스 이용대금은 전전월 17일부터 전월 26일까지 사용한 금액이 청구된다.
만일 전전월 20일에 현금서비스를 받았다면 이달 15일에 결제를 하게 된다. 이 경우 신용공여기간은 55일로 현금서비스에 따른 수수료는 (회원등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4.5% 정도가 부과된다.
그러나 똑같이 이달 15일이 결제일이더라도 전월 20일에 현금서비스를 받았다면 신용공여기간은 25일로 수수료는 2% 안팎이 된다.
이처럼 결제일이 같고 연이율로 나타나는 수수료도 동일하지만, 실제 결제 시점에서의 수수료는 거의 두배 정도의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특히 신용판매 대금 결제는 결제일이 공휴일일 경우 실제 결제일이 하루 연기되기 때문에 이득이지만, 현금서비스는 연기되면 그만큼 이자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손해다. 즉 현금서비스는 본인이 사용한 날, 한도 발생일, 갚는 날, 사용한 달의 날수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만큼 실질적으로 최대 기간은 70여일로 넘어갈 수도 있다.
따라서 현금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내가 소유한 카드 중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낮은 것을 선택해야 하지만, 신용공여기간을 꼼꼼히 따져서 활용하는 것이 카드사 선택보다 더 중요하다.
<머니위크 | 김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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