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탕> 임수정 -소녀, 성숙의 날개를 달다

<각설탕> 임수정 -소녀, 성숙의 날개를 달다

[맥스무비 2006-08-03 10:56]

괄.목.상.대...!

<각설탕>에서 첫 단독주연을 맡은 임수정을 보면 이 말이 절로 실감난다.

영화를 미리 접한 관객들로부터 ‘임수정의 연기에 물이 올랐다. 시은 역으로 더 이상의 대안이 있을 수 없

다’는 칭찬이 줄을 잇는다. 나이가 들면서 성숙해지고 연기에 눈을 떠가는 임수정. 그녀에게는 항상 행복

바이러스가 따라다닌다. 생기발랄한 표정에서는 앳된 소녀의 이미지가 오버랩 된다. 누가 그녀를 나이 스

물 일곱으로 가늠할 수 있을까?

임수정의 가장 큰 장점은 약간의 스타일 변화로도 다양한 이미지가 연출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해냈

다는 뿌듯함에 의기양양할 줄 알았건만 의외로 담담하다. 어떤 작품에서건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배

우 임수정을 지난 7월 28일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다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서 왔다고 해도 믿어버릴 것만 같은 미모의 여배우 임수정이 기수가 되어 관객들과

만난다. 경마를 주 소재로 삼은 <각설탕>은 <피아노 치는 대통령>, < ING >, <장화, 홍련> <새드무비

> 이후 그녀가 출연하는 다섯 번째 영화다. 차근차근 쌓아온 필모그래피는 그녀가 내뿜고 있는 가능성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만든다. 영화 <각설탕>에 대한 높은 기대심리의 한가운데에는 임수정을

향한 신뢰가 자리하고 있다. 임수정은 안주할 줄 모르는 배우다. 그녀의 작은 체구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

오는 것일까?

지난해 여름 <새드무비>가 한창 촬영이 진행되었을 때 <각설탕>의 시나리오를 받은 그녀는 고생이 훤히

보였지만 출연을 결정했다. 그리고 임수정은 그녀의 진심이, 그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화면 안에 그대로 녹아 든 것 같은 그녀의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임수정에게 이번 영화는 도전의 의미를 담고 있다. <각설탕> 출연은 임수정에게 주변의 선입견을 깨고,

동시에 기존의 자신을 부스는 과정이었다. 늘 새로운 이미지로 스크린을 달리고 싶은 욕망이 그녀의 눈빛

에서 읽혀졌다. 꼼꼼한 성격 탓에 감독들도 그녀를 신뢰한다. 영화를 찍으면서 그녀의 마음 고생은 이루

어 말할 수 없었다. 말 못할 고통을 겪은 만큼 자신의 위치에 대해 생각할 기회도 많았다.

배우의 연기를 유연하게 만드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다. 배우와 스탭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

을 법한 영화들은 누가 봐도 티가 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아무리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그녀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마음을 약하게 먹고 타협을 해 버리면 나중에 가장 후회할 사람은 '나 자

신'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각설탕>을 연기적인 훈련이 많이 되었던 작품이라고 자평한다. 현장에서 어떤 상황이 와도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을 키운 것은 기본이고 리더쉽과 인내심도 따라 늘었다. 임수정은 어느새 굵직굵

직한 작품들 속에서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고 있었다.

#2. 내 자신을 더 이상 가두지 않았다

<각설탕>은 그녀에게 영화배우로서 한 작품을 끌고 갈 수 있는 자신감을 안겨주었다. 연일 계속되는 살인

적인 인터뷰 스케줄에도 그녀가 시종일관 들뜬 모습으로 웃을 수 있는 것도 작품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임수정은 자신을 아직 ‘미완의 배우’라고 소개한다. “전 매 작품이 연기변신이었으면 해요. 끊임없이 변화

해야 하는 게 연기자의 숙명이라 생각하고요.”

좋은 시나리오 하나만을 바라보고 출연작을 선택하는 배우들이 있다면, 반대로 제작단계에서부터 특정 배

우를 점 찍어 둔 채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는 감독들도 있다. 사람과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휴먼 드라마 <각설탕>은 임수정이 아니었으면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었을 영화였다. 한 영화를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서 연기하다 보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내 자신을 가두지 않고 유연하

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임수정에 대한 지배적인 편견은 다가서기 힘들다는 것이다. 빛과 그늘이 공존하는 임수정의 얼굴은 관객

들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녀를 쉽게 대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에서 같이 호흡을 맞춘 문근영은 임수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수정 언니는

처음에 다가가기 어려워서 그렇지.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자기를 열어두는 사람인 것 같아요” <각설탕> 촬

영이 진행되는 동안 임수정이 스탭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소리도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말이었다.




#3. 동물 보다 연기를 못 한다는 소리라도 듣고 싶었다

임수정이 현장에서 챙겨야 할 것은 자신의 감정만이 아니었다. 천둥이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해 주는 것

도 그녀의 몫이었다. 천둥이의 컨디션에 따라 당일 현장에서 대사와 콘티가 바뀌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녀가 절정의 연기를 할 수 있는 상태라도, 천둥이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

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배우와의 작업에서 겪는 어려움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천둥이가 준비를 마치면

그녀는 빠른 시간 내에 감정을 끌어내야 했다. 울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언제나 최

고의 연기를 펼칠 수 있게 '준비된 배우'여야 했다. “갓난 아이처럼 다루기 힘들었던 천둥이와 호흡을 맞추

면서 시은이처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씩씩함'이 생긴 것 같아요.”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본 날 그녀는 몇 부분에서 울컥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까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던 그녀는 관객들의 반응을 함께 하는 순간에 와서야 안도

의 한숨을 쉬었다. “동물 보다 연기를 못 한다는 소리라도 듣고 싶었어요. 서로 교감이라는 불꽃이 일어나

기 전까지 천둥이가 하도 속을 상하게 해서요.(웃음)”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연기자의 책무라

고 강조하는 임수정은 해가 갈수록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친다.

#4. 소녀, 성숙의 날개를 달다

<각설탕>은 그녀의 연기에 '성숙함'을 더해주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안주할 줄 모르는 자신감이 매력적

인 그녀는 다른 또래 여배우들과 확실히 다른 지점에 서 있다. 자신을 변화시킬 시기를 알고 있고, 그것에

따라 자신을 변신시킬 줄 아는 배우였기 때문이다. 연기 잘 한다는 칭찬 보다 그녀가 진정 듣고 싶은 말은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배우다. 본인은 인정하려고 들지 않지만 그녀는 이름만으로도 신뢰감을 주는 배우

이다. 임수정만큼 은근히, 그러면서도 신선하게 연기 변신하는 배우도 드물다.

스타라는 타이틀 보다 배우 임수정이 더 어울리는 그녀. 그녀는 아직은 배우로서의 임수정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며 연기에 대해 칭찬받을 만한 단계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당장 큰 변화를 주겠다는 욕심은 내

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이미지 변신을 한다면 팬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을까요? 미세하게 조금씩

변해가고 싶어요.”

상대방의 닫힌 마음을 열리게 하는 힘을 지닌 임수정은 ‘피터팬’을 닮았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고 항상 풋풋한 생기를 주변 사람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녀가 표현해 대

로 '임수정'이라는 배우는 처음 한 눈에 확 들어오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제 눈에 익숙하니까 예쁘게 봐주

시는 것이 아닐까요?(웃음)”

#5. 지금은 임수정이라는 그릇을 만들어 가는 시기다

배우에게는 숙명처럼 따라붙는 이미지가 있다. 임수정을 따라붙는 동안배우, 유망주라는 수식어도 이제

지겨울 만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녀는 ‘유망주’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했다. 항상 배

울 자세가 되어있는 그녀는 “지금은 배우 임수정이라는 그릇을 만들어가는 시기라고 생각해요”고 말한다.

자신에게 고정된 이미지에서 천천히 변화를 주고 싶다고 말한 그녀는 목적지는 멀었지만 과정만은 제대로

밟고 있었다.

그녀에게 자신을 지켜봐 주는 팬은 각별한 의미인 듯 보였다. 연기자가 되기 전까지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던 그녀의 마음을 세대를 아우르는 팬들은 열어주었다. 팬들과 함께 같이 늙어가고 싶다는 그녀는 그들

을 '인생의 동반자'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임수정을 좋아하는 팬 층은 그녀의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두터

웠다.

새로운 길을 찾아 험한 길도 마다하지 않는 임수정이 선택한 작품들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영화를 보는 동

안 자연스럽게 그녀가 연기한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된다는 것이다. “억지로 뭔가를 바꾸고 싶지는 않아

요. 제 이미지가 느껴지는 그대로 그렇게 거스르지 않으면서 변화하고 싶어요.”



자신이 걸어온 연기행보에 대해서도 칭찬만을 늘어놓지 않는다. 임수정이라는 이름 석자를 걸고 아직 제

대로 된 작품 하나 보여준 것 같지 않다고 겸손함을 끝내 잃지 않는다. 인터뷰 내내 스스로 평가하기에 부

족한 배우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녀의 연기는 작품을 거듭해 나갈수록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임수정은 자신 안의 무수한 잠재력을 스스로 끄집어 내어 주변을 놀라게 하는 그

런 배우였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그녀가 자신만의 자유롭고 독특한 이

미지를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