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고급 영어 교과서

영화대사는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한 표현, 감정, 억양들이 그대로 녹아 있다

1) 좋은 영화를 선택할 것
2) 대본 없이는 절대로 공부하지 말 것
3) 영어에 능통한 선생에게 배울 것
4) 실력이 모자라면 좀더 기초를 닦은 뒤에 공부할 것
5)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들을 것
6) 영화 한 편을 통째로 외워볼 것

 

鄭 哲 정철 외국어 학원 이사장


영어 공부에 미쳐 있을 때 만난 영화


30여 년 前 내가 한참 영어 공부에 미쳐 다니던 때 얘기다. 영어회화를 잘 하려면 먼저 귀부터 뚫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반년도 넘게 온갖 방법을 다 써가며 노력한 결과 AFKN 뉴스를 알아듣는 것은 그런 대로 자신이 생겼는데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겼다. 하루는 우연히 TV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이것을 보면서 나는 심한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도대체 배우들의 대사가 거의 절반도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닌가! 뉴스를 들을 때에도, 잘 나가다가 가끔씩 현장 인터뷰 같은 것이 나오기만 하면 알아듣느라고 애를 먹곤 했었는데, 이건 숫제 그런 것들만 연속으로 이어서 나오는 것이었다. AFKN 뉴스만 통달하고 나면 영어회화가 다 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口語體(구어체) 듣기 연습 부족의 결과였다. 이번에는 드라마와 영화 대사 듣기에 본격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래서 시작된 「映畵로 공부하기」. 도시락을 두 개씩 싸 가지고, 종로3가의 「낙원극장(지금의 파고다 극장)」과 동대문 시장통의 「동대문 극장」에 매일 같이 출근했다. 하루에 미국영화를 두 개씩이나 보여 주고, 하루종일 있어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 없는, 더할나위 없는 최고의 영어 교실이었다.

하루에 네 다섯 번씩 같은 영화를 보고, 대사를 녹음해서 받아쓰기를 했는데, 그게 그리 만만치가 않았다. 아무리 반복해 들어도 도저히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화면에 나오는 자막이었다(비디오 자막도 마찬가지다). 자막을 보면서 미리 내용을 파악하다 보니까, 잘 안 들리면 자연히 자막의 내용을 영어로 번역해 가면서 듣게 되는데, 이 자막이라는 것이 거의 엉터리였다. 요즘 비디오를 보며 영어 공부를 하는 분들도 마찬가지 현상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한정된 시간과 화면 때문에 자막을 줄여 쓰다 보니까 그렇게 됐겠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떤 것은 완전히 얼토당토 않은 내용이 쓰여 있을 때가 종종 있다. 관람하는 사람은 재미있으면 그만이지만, 영어공부하는 사람에게는 골탕먹기 안성맞춤이다. 그 실례 한 가지만 들어보자.


엉터리 자막에 속지 마라


Julian: Look, Harvey, I’m having a rough time. As long as I was lying to her, everything was fine. But, the moment I decided to do the right thing and marry her. I’ve had nothing but troubles. You couldn’t believe the complication.

Harvey: Tough.

(영화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자막에서는 다음과 같다)


줄리안: 『미치겠군. 결혼하는 것도 맘대로 안 돼』

하비: 『맞아』


이러니 아무리 정신을 바짝 차리고 영어로 번역을 해서 들어봐도 자막과 같은 소리가 나올 리가 없다. 그래서 미국인들과 영화구경을 같이 가보면 미국인들이 낄낄거리고 웃을 때 우리 관객들은 그냥 심각하게 화면만 쳐다보고 있고, 또 우리 관객들이 『와』 하고 웃음을 터뜨릴 때 미국인들은 무슨 일인가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일이 많은데, 그게 바로 이 자막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가지고 영어공부할 때는 먼저 정확한 대본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즈음 영화를 가지고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그저 우리말 자막만 나오는 비디오를 가지고 반복해 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욕심처럼 그렇게 영어가 많이 늘지 않는다. 당시 나는 映寫技士의 도움을 얻어 처음으로 영화 대본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색깔이 누렇게 바랜 대본 한 권을 어렵게 구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그 유명한 명화 「Waterloo Bridge(哀愁)」였다.

그냥 영화를 볼 때는 하도 반복해 봐서 그저 그렇게 느껴지던 영화가, 대본을 읽기 시작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세상에 이렇게 슬프고 아름다운 말들이 또 있을까? 내가 그토록 알고 싶어 애쓰던 그 흐릿하던 부분들이 새까만 활자로 또렷이 적혀 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서 흘러 넘치는 사랑과 절망과 비탄이 전율처럼 내 등줄기를 타고 오르내렸다.

그로부터 한 달 남짓 동안 나는 거의 두문불출하고 그 대본을 거의 다 외워버렸다. 아니 외웠다기보다는 외워졌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극장에서 녹음해온 테이프를 수없이 반복해 들어가며 그 영화 속의 배우들과 똑같이 할 수 있을 때까지 큰 소리로 읽고 또 읽었다.

밤이고 낮이고 가리지 않고 녹음기를 틀어놓고 소리 소리 질러대니까, 참다 못한 옆집 아주머니가 서양 귀신들 때문에 시끄러워서 이사를 가야지 못 살겠다고 항의를 할 정도였다. 이렇게 밤낮으로 한 달 가량 연습을 하고 나니, 나중에는 대본을 보지 않고도 한 시간반짜리 영화를 혼자서 공연할 수 있을 정도까지 되었다.

그 이후로 몇 년 동안 근 100편 가까운 영화를 공부했는데, 그중에서 10편 가량의 좋은 영화들은 대본을 보지 않고도 영화에서 실제로 나오는 소리와 거의 똑같이 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을 했었다.


좋은 영화엔 좋은 대사가 있다


이렇게 영화에 미쳐서 지내다 보니까 꿈 속에서까지 영어를 하는 일이 많았다. 비비안 리를 가운데 놓고 로버트 테일러와 함께 삼각관계가 되어서 심각하게 다투기도 하고, 찰턴 헤스턴과 함께 「벤허」 속에 들어가 신나는 모험을 하기도 하고, 잉그리드 버그만과 감미로운 데이트하는 꿈들을 자주 꾸었었다. 물론 영어로 말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나는 영어회화를 배울 때 미국인 회화 수업을 듣는다거나, 미국인과 마주 앉아서 대화를 하며 영어를 배운 적이 거의 없다.

오히려 그런 평범한 미국인들보다는 주로 비비안 리, 로버트 테일러, 리처드 버튼, 리즈 테일러, 시드니 포이티어, 그레타 가르보, 게리 쿠퍼 등 世紀(세기)의 名배우들과 사랑을 속삭이고, 싸우고, 협상을 하면서 생생한 고급영어를 배웠다.

이렇게 하고 나니, 나중에 실제로 미국인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을 때 거의 막히는 것 없이 대화를 할 수 있었고, 또 처음으로 미국에 갔을 때도 거의 불편한 것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물론 미국에서 실제로 생활한 경험이 없어서 『Excuse me』같이 반사적으로 나와야 하는 말들이 자동적으로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든가, 또는 햄버거 가게에서 종업원이 빠르게 쏘아대는 말을 순간적으로 못 알아듣는다든가 하는 것은 있었지만, 무언가 내용이 있는 대화를 해야 할 때 나보다 몇 년씩이나 먼저 유학온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경우도 꽤 많았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미국인들과 함께 생활을 한다고 해도 하루종일 쓰는 말은 거의 뻔하기 때문에 일부러 신경을 써서 공부하지 않으면, 일상 영어 수준을 벗어나는 좀 심각한 내용이 담긴 말 같은 것은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를 가지고 공부할 때는 다르다.

영화의 대사란 것이, 물론 좋은 영화일 경우이지만, 원작자가 쓴 것을 시나리오 작가가 다시 영화에 맞게 다듬고 또 그것을 배우가 장면에 맞게 완전히 소화해서 감독의 마음에 들 때까지 반복 촬영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한 표현, 감정, 억양들이 그대로 녹아 있다.

게다가 영화의 속성상 내용이 재미없으면 관객들에게 외면 당하게 되기 때문에 무조건 재미있게 만들도록 되어 있어서 한 번 외운 것은 좀체로 잊어버리지 않는다. 영화 「哀愁」를 한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워낙 유명했던 영화라서 대부분 스토리를 알고 있겠지만 혹시 잊어 버린 사람이나 젊은층을 위해서 잠깐 설명하자면,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참 벌어지던 당시, 영국군 장교 로이(로버트 테일러 扮)와 발레단의 무용수 마이라(비비안 리 扮)가 런던의 워털루 다리 위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 뒤 급속히 가까워진다. 두 사람은 만난 지 불과 며칠 만에 결혼을 약속하게 되지만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 로이는 전투소집을 받고 戰場으로 떠나간다.

이 와중에 발레단에서 쫓겨나게 된 마이라는 친구와 함께 어렵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중, 아들의 연락을 받고 며느리감을 보러 오는 로이의 어머니를 기다리다가, 신문의 戰死者 명단에서 우연히 로이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실신하고 만다.

거의 실성하다시피 된 마이라는 자포자기 끝에 군인들에게 몸을 파는 거리의 여인이 되고 마는데, 하루는 정거장에서 서성이다가 귀향군인들 틈에 섞여 나오는 로이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기뻐서 어쩔줄 모르는 로이에게 차마 자신의 처지를 고백하지 못한 채, 「마이라」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로이의 저택으로 함께 가게 된다.

그날 밤, 두 사람을 환영하는 성대한 무도회가 열리게 되는데, 무도장에서 살짝 빠져나와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한 번 들어보자.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의 하나이다.

<대사>

Roy : Happy?

Myra : Yes!

Roy : Completely?

Myra : Yes!

Roy : Ecstatically?

Myra : Yes!

Roy : No doubts.

Myra : No.

Roy : No reservations.

Myra : No.

Roy : No defeatism.

Myra : No.

Roy : Darling, every once in a while, I see fear in your eyes. Why? Oh, life’s been hard for you. I know that. You’ve had to struggle in your privation. But… That’s all over now. You’re safe now. Don’t be afraid. You needn’t be ever again. I love you.

Myra : Oh, Roy. You’re so good. You’re so….

(Myra puts her arms around Roy’s neck and kisses him)


<번역>

로이 : 행복해?

마이라 : 네!

로이 : 완벽하게?

마이라 : 네!

로이 : 까무라치게?

마이라 : 네!

로이 : 의심 없이?

마이라 : 네.

로이 : 거리낌없이?

마이라 : 네.

로이 : 패배주의는 안 돼.

마이라 :네.

로이 : 달링. 이따금씩 당신의 눈에 두려움이 보여. 왜 그렇지? 그래, 살기가 힘들었지, 내가 알아. 가난 속에서 그토록 고생을 했으니. 하지만… 그건 이제 다 끝났잖아. 당신은 이제 안전해.두려워 하지마. 이제 다시는 그럴 필요 없어. 당신을 사랑해.

마이라 : 오, 로이! 당신은 너무 좋은 사람이에요. 당신은 너무….

(마이라는 두 팔을 로이의 목에 감고 키스한다)


이 얼마나 멋진 대사인가! 로이의 포근한 사랑과 마이라의 억제된 슬픔이 한 마디 한 마디에 그대로 묻어나지 않는가!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는, 가슴을 아리게 하는 장면이다.

단어 하나 하나가 사랑과 슬픔이 한데 뭉쳐, 살아서 꿈틀대고 있다. 예를 들어서 여기에서 쓰인 「reservation」만 하더라도 보통은 호텔 같은 데 「예약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지만, 여기서는 자신의 감정 같은 것을 「reserve」하는 것, 다시 말해서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감추고 숨기는 것을 뜻하고 있다.

따라서 「No reservation」이라고 하면 우리말로는 「거리낌 없이」 정도의 뜻이 된다. 이런 생생한 표현들이, 사랑에 빠진 로이의 달콤한 목소리, 그를 올려다 보는 마이라의 엇갈리는 표정 등과 함께 머릿속에 그대로 「묶음 파일」로 저장되어서, 영어로 『우리 한번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얘기해 봅시다』 하는 말을 해야겠다 하면 『Let’s have a talk without reservations』 하는 식으로 수준높은 영어가 서슴없이 입에서 튀어나올 정도였다. 그저 미국 사람과 마주앉아 『What’s your hobby?』 하면서 「기초 회화 문답」이나 주고받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수준 자체가 달랐던 것이다.

또 우리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할 때 잘 틀리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Yes」, 「No」 응답인데, 우리말에서는 상대의 「질문」에 대해서 긍정이면 「네」, 아니면 「아니오」라고 하지만, 영어에서는 상대의 질문과 상관없이 대답의 「내용」이 긍정이면 「Yes」, 부정이면 「No」라고 아무리 이론적으로 배워도 실제 대화에서는 헷갈리기만 하던 것이, 이 장면 하나만 머리 속에 배어들 정도로 연습하고 나면 따질 것 없이 자동적으로 입에서 나오게 된다.

아무튼 더 이상 대사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하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스토리를 계속하기로 하자.

이렇게 무도회가 끝난 뒤, 마이라는 양심의 가책을 견디지 못하고 로이의 어머니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 뒤 로이에게 짤막한 편지만 한 장 남기고 떠나버린다.

로이가 미친 듯이 마이라를 찾아다니지만, 마이라는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만났던 워털루 다리 위에서 군대 트럭에 몸을 던져 자살을 하고 만다.

그 당시 많은 남성들이 『나 같으면 그냥 데리고 살 텐데. 아까워라』 하면서 무척 가슴아파 했었다. 이 영화가 나온 뒤 그 스토리를 비슷하게 베껴 만든 영화들이 하도 많이 나와서 지금은 좀 진부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나에게 영어의 느낌을 가슴으로 느끼게 해준 소중한 추억의 영화이다.


좋은 영화 속에 있는 멋진 고급 영어


이렇게 영화를 가지고 공부하면서 영어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고, 보통 방법으로는 접하기 힘든 멋진 고급영어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서 배운 영어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당시 미국인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내가 미국 어디에서 살았었는지 종잡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곤 했었는데,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하도 여러 영화를 가지고 공부를 한 결과 웬만한 내용의 말들은 거의 다 머릿속에 「묶음 파일」로 준비가 되어 있어서, 어떤 내용의 말을 하려 하면 그와 비슷한 영화의 장면이 자동적으로 떠오르면서 그대로 말이 튀어나왔다.

영국 영화에서 배웠던 표현은 영국 발음으로 나오고, 서부 영화에서 배웠던 말은 서부 발음으로 나오고, 또 「A cat on a hot tin roof」(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같이 남부 발음이 많이 나오는 영화에서 배운 말은 남부 액센트로 말을 하니까 종잡을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후 세월이 지남에 따라 머리 속의 「영어 파일」들이 서서히 통합 정리되고 다듬어지면서 그런 지역 액센트들이 없어지긴 했지만, 여하튼 영화를 가지고 영어공부를 할 경우에, 듣기 연습용으로는 다양한 발음의 영화로 공부하는 것이 좋지만, 통째로 암기하고자 할 때에는 영화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내가 옛날에 영화를 통째로 암기하면서 영어 공부하던 얘기를 했다(영어공부법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www.jungchul.com/으로 접속하셔서 「영어공부 혁명 공짜로 읽기」를 참조하세요).

이 경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처럼 英美人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는 미국 영화도 잘만 이용하면 훌륭한 영어 교과서가 될 수 있다.


영화로 영어공부할 때 유의할 점 여섯 가지

첫째,영화를 잘 선택할 것

영화가 좋다고 해서 아무 영화나 마구잡이로 공부하면 안 된다. 될 수 있는 대로, 전쟁영화나 경찰 수사극 또는 깡패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는 피하는 것이 좋은데, 말 없는 장면이 많아서 짜증이 나고, 특히 상스런 욕이 너무 많이 나와서 배울 것이 별로 없다.

사랑·질투·갈등·배신·복수 등이 얽혀 있는 사랑 영화가, 감정이 진하게 배어 있는 대사들이 많아서 영어 공부에 좋고, 또 가볍고 재미있는 희극영화도 재치 있는 표현들이 많아서 좋다.

굳이 「哀愁」 같은 50년도 더 지난 흑백영화를 찾아 다닐 필요까지는 없다. 요새 영화도 공부하기 좋은 영화가 얼마든지 있다.

둘째,대본 없이는 절대로 공부하지 말 것

청취력 향상을 위해서 받아 쓰기를 해볼 수도 있으나,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는 잘 못 알아들은 것이 평생 그대로 굳어질 수도 있다. 영화대본은 대형 서점에 가면 영화 코너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셋째, 영어에 능통한 선생에게 배울 것

내가 옛날에 혼자 공부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의 하나인데, 口語體 영어에는 자기가 그냥 짐작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뜻으로 쓰인 말이 많다. 시중에 보면 영화 대본과 번역이 실려 있는 책들이 나와 있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저자가 어떤 사람인가를 확인하고 될 수 있으면 영어와 한국어 양쪽에 능통한 사람에게 鑑定(감정)을 받은 뒤에 공부하는 것이 좋다.

넷째, 실력이 모자라면 좀더 기초를 닦은 뒤에 공부할 것

사전을 뒤져가며 들여다보아도 해석이 잘 안되는 문장들이 많은 사람은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이니 좀더 기본 실력을 닦은 뒤에 공부하는 것이 좋다. 영어의 기본이 부실한 상태에서 하는 공부는 고통스럽기만 할 뿐이고 실력도 제대로 늘지 않는다.

다섯째,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들을 것

대본의 내용을 이해한 뒤에는 될 수 있는대로 많이 들어서 그 발음·억양·느낌·내용·감정 등이 마치 우리말을 듣는 것처럼 편안하게 느껴질 때까지 듣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서 자동차를 타고 시동을 걸면 무조건 영화녹음이 나오게 한다든가, 출퇴근이나 등하교 때 휴대용 녹음기로 음악 같은 것을 듣는 대신 영화 녹음테이프를 듣고, 심지어는 잠자리에 들어서 잠들기 직전까지 듣는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계속 들어서 머릿속에 완전히 「파일」로 저장되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될 수 있으면 한 편 정도는 통째로 외워볼 것

일단 시작했으면 마음을 독하게 먹고 한 편 정도는 통째로 외워 보는 게 좋다. 내가 가르치던 클래스에서 「영화 한 편 통째로 외우기」를 시도한 적이 꽤 있었는데, 끝까지 해 낸 사람들은 엄청나게 실력이 늘었었다. 왜냐하면 좋은 영화를 한 편 통째로 외운다는 것은 단순히 영화를 한 편 외운 것이 아니고, 영어가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어휘·문법·발음·감정 등을 몽땅 산 채로 머리 속에 「파일」로 저장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

또한 이 「통째로 외우기」는 「몇 년 동안 걸쳐서 한 편을 외우겠다」는 식으로 하기보다는 두세 달 정도의 기한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영어에 몰두함으로써 「言語 心理學」에서 말하는 「Din in the head(머리 속에서 영어단어와 문장들이 무의식적으로 들끓는 현상)」를 일으켜서 뇌 속의 「언어 습득 장치」를 작동시키기 때문이다. 영어로 꿈을 꾼다든가 하는 현상이 이 시기에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