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혹시 히스테리성 인격 장애?
- Uncategorized
- 2006. 7. 23.
특별한 말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입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숨 고르기를 하는 노처녀 상사. 격노(?)한 그녀의 말은 논리를 잃고 용의 콧김처럼 맹렬한 기세로 허공으로 발사된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길 몇 분, 순간 책상에 엎드려 흐느끼는 듯하더니 갑자기 지갑과 차 키를 들고 나간다. 사무실에는 히로시마의 원폭투하 후유증보다 처참한 정신적·감정적 공황이 몰아 닥친다.
미친 개에게 물렸다고 생각하자, 지나가다 응가를 밟았다고 생각하자. 아무리 감언이설(?)과 같은 속담으로 마음을 가라앉혀 보려 해도 도저히 이번만큼은 참을 수가 없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그래 이번에야 말로 내가 떠난다. 저런 사이코 같은 상사 밑에서 내가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사표, 이번에야 말로 프린트한다. 하고야 만다.
아, 잠깐! 심호흡을 하며 잠시 벌렁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길. 또 당신 혼자만 흥분하고 있다. 옆 자리 동료와 선배를 봐라. ‘그러려니’의 놀라운 도인적 달관을 보이며 한치의 동요도, 흔들림도 보이지 않고 있다. 왜냐? 그들은 이미 익숙해졌다. 가해자인 히스테릭한 여상사가 정확히 1시간 후면, 저 문을 열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희희낙락 테이크 아웃한 커피 한잔을 들고 들어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저 사람의 성격적 결함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라고 심신을 안정시키려 해도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 않는 건, 상황 자체가 가져오는 회복 불가능의 스트레스 때문이다. 남자친구와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데, 어떤 여자가 다짜고짜 다가와 당신의 뺨을 한 대 갈겼다고 생각해봐라, ‘저 사람이 미쳐서 저러는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가던 길을 갈 수 있겠냔 말이다. 특히 히스테리 발작의 주인공이 직장 상사라면 이건 상황이 심각하다.
흔히 ‘히스테리를 부린다’ 나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말로 히스테리를 의학적인 정의와는 상관없는 뜻으로 사용한다. 일상에서 이런 말들이 짜증이나 화를 잘 낸다든가 감정의 변화가 심하여 변덕스럽다는 의미로 사용되긴 하지만 사실, 이러한 특징은 히스테리오닉 성격장애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리고 히스테리 성격이 히스테리 증상과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는 복잡한 의학적 분류는 한 쪽으로 차치해두고, 히스테리 성격을 중심으로 보자.
어릴 때부터 신경질적인 아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는가? 화를 내다 보면 자신조차 조절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가?
혹 그렇다면, 이제부터 머릿속에 찬물을 끼 얹고 냉정해질 준비를 하라. 히스테리오닉 성격의 특성과 자신을 비교해볼 시간이다.
특별한 취급을 받아야 하고, 언제나 모임에서 중심이어야 하고, 변덕스럽고, 외모에 관심이 많고, 남자들에게 섹슈얼한 어필을 시도하고, 과장된 감정 표현을 하고…. 어디 이것 뿐이겠는가. 남들이 알아 듣지 못하는 현학적인 말을 뇌까면서 희열을 느끼고, 사람들이 자신을 보살펴주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 하고,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지나치게 민감한 사람.
여기까지만 듣다 보면, 이처럼 미성숙한 인격체가 정상적으로 사회 생활을 하고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는 게 의아할 따름이다. 그러나, 이건 나쁜 점만 ‘엑기스’로 뽑아서 나열했기 때문이지, 사람에게 어찌 100% 부정적인 모습만 있겠는가. 때때로 첫눈에 이들은 아주 매력적이다. 덜 자란 자아와 여성성의 소유자답게 귀여운 면모가 아주 강하다. 외모에 집착하기 때문에 독특한 스타일리시함을 자랑하기도 하고, 섹시함을 노골적으로 강조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도 처음에는 매력적이어서 접근하지만, 끊임없이 관심을 요구하는 여자에게 진력이 나면 저절로 떨어져 나간다. 한마디로 그녀들은 남자도 많고, 잘 사귀지만, 지속적으로 사귀기는 힘든 타입. 게다가 섹슈얼한 어필을 하면서도 정작 섹슈얼한 행동에는 관심이 없기에 남자들이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뺨 맞기 십상이다.
어떤가? 당신 얘기를 하는 것 같아, 가슴이 뜨끔하지는 않는가. 혹은 당신의 히스테릭한 그 사람의 얘기와 딱 들어맞지 않는가. 본인은 합당한 감정 표현이라고 생각할 지 몰라도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히스테리로 비칠 수 있다. 당신만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히스테릭한 사람들과 함께 잘 살아갈 일만 남았다.
내가 혹시 히스테리성 인격장애? 1 관심의 중심에 있지 않으면 불편하다 2 대인관계에서 자주 부적절한 성적, 자극적인 행동을 한다 3 감정이 급히 변하고 피상적으로 표현된다 4 외모를 가꾸어서 관심을 집중시키려 노력한다. 5 인상적이면서 비논리적인 언어를 구사한다 6 자기의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한다 7 타인이나 주변 상황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8 상대방을 실제보다 더 가깝다고 여긴다 미국 정신의학회 진단기준으로 이 중 다섯 가지 이상이면 히스테리성 인격장애라고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