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대치동 엄마 기러기 아빠, 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교육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자녀교육의 CEO를 자처하며
요즘의 대치동 엄마 못잖은 적극성을 보였던 여러 명문가의 부모들이 있다.
나는 이러한 부모들을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이라는 책에서 만났다.


느닷없이 자녀교육에 대한 책을 소개하는 것은 이 책이 이 테마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평생 공부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남은 시간,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퇴계 이황, 서애 성룡, 고산 윤선도. 다산 정약용
말하자면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명문집안이다.
기업을 해도 30년 장수하기가 힘든 요즘, 무려 500년씩이나
명문가로서의 명분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은 가문 안팎의 여간한 내공이 아닐 것이다.
교과서를 통해 회자되는 이런 인물들은 모두 가정의 CEO였으며, 가문의 기획자들이었다.


퇴계 이황선생은 이미 500년 전에 요즘 강조되는 인맥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교육을 했다.
또 근대교육이 체계화되기 훨씬 이전인 400여년 전부터 체계적인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했다.
퇴계는 학문이 뛰어난 자들이 서로 토론하며 공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 터라 서로에게 친구로 소개해주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고 밑져라
재령 이씨, 운악 이함 가문의 경우 할아버지들이 이 같은 원칙을 손자들에게 가르쳤다.
조선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사상가로 꼽히는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 있을 당시, 자녀들에게 반드시 서울 한복판에서 살아야 한다면서 한양입성이라는 특명을 내렸는데, 다산의 자녀교육에 대한 열정은 요즘 부모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철저했다.

서애 류성룡 같은 대학자들도 바쁜 일과를 제쳐두고 자녀와 후손들의 교육에 세심하게 신경을 썼는데, 독서를 게을리 하는 자식들에게는 편지를 보내 더욱 노력하도록 독려했고, 백의정승으로 꼽히는 명재 윤중은 자녀교육을 위해 벼슬길마저 포기했을 정도다.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은 사람이 없게 하라는 원칙으로 그 오랜 옛날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했던 경주 최 부잣집의 예 또한 권력을 철저히 멀리하면서 존경 받는 부자의 길을 선택한 도덕적인 삶의 전형을 보여준다.


역사가 증명하듯 뛰어난 인물 뒤에는 늘 그보다 더 휼륭한 부모의 가르침이 있었다.
이 책에 언급된 명문가들의 탁월한 자녀교육의 노하우는 다음의 10가지 덕목으로 요약되는데, 그들의 비결은 이와 같은 평범한 원칙을 한두 대에 그치지 않고 수백 년 동안 지켜오며 실천한 데 있었다.
이제 그 덕목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맺는다.
중요한 것은 이 작은 원칙을 어떻게 실천하느냐다.
나는 이 원칙을 보며, 나는 이렇게 살고 있나, 생각했다.


500
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10계명

1.
평생 책 읽는 아이로 만들어라-서애 류성룡 종가
2.
자긍심 있는 아이로 키워라-석주 이상룡 종가

3.
때로는 손해 볼 줄 아는 아이로 키워라-운악 이함 종가
4.
스스로 재능을 발휘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라-소치 허련 가문

5.
공부에 뜻이 있는 아이끼리 네크워크를 만들어라-퇴계 이황 종가
6.
세심하게 점검하여 질책하고 조언하라-고산 윤선도 종가

7.
아버지가 자녀교육의 매니저로 직접 나서라-다산 정약용
8.
최상의 교육기회를 제공하라-호은 종가

9.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라-명재 윤증 종가
10.
원칙을 정하고 끝까지 실천하라-경주 최 부잣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