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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궤도에서 이탈한 소행성이야.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 거야.” | 소년시절의 황석영과 만나다
우리 문단의 거장, 황석영 작가가 드디어 그 자신의 소년시절을 소설로 썼습니다. 굳이 ‘드디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가 처음으로 작정하고 쓴 자전적 성장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소년시절의 작가’라고 하면, 어떤 모습을 연상하시나요? 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는 아이? 유난히 내성적인 아이? 아니요, 황석영 작가의 사춘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춘기 때부터 스물 한 살 무렵까지, 그가 겪은 방랑의 시간들은 유명합니다. 4.19 현장에서 총 맞아 죽은 친구를 껴안았고, 일용직 노동자와 공사판을 떠돌며 합바 밥을 먹었습니다. 오징어잡이배를 타고 밤새 오징어를 잡았으며, 입산하여 행자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소설이 되었습니다.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혔고, 또 온몸으로 그 세상을 끌어안고자 했던, 너무나 멋지고 너무나 아픈 ‘소년시절의 황석영’이 그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과 다시 대면하는, 예순 넘은 작가가 여기 있습니다. 『개밥바라기별』의 첫 장을 열면,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올 겁니다. ‘젊은 시절, 언제나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시던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칩니다.’ 저는 이렇게 아픈 헌정구를 본 적이 없습니다. 궤도를 이탈한 소행성처럼, 쓸쓸한 ‘개밥바라기별’처럼, ‘매순간이 소중한 그런 삶’을 찾아 떠돌아다닌 소년과 그 소년을 기다리며 밤잠을 설쳤을 어머니의 모습이, 눈 앞에 선하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 도서1팀 이지영 (jylee721@yes24.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