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태우면서 - 5차 교과서 지문 이효석(李孝石)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뜰의 낙엽을 긁어 모으지 않으면 완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만, 낙엽은 어느 새 날아 떨어져서, 또 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의 사람의 수효보다도 많은가 보다. 삼십여 평에 차지 못하는 뜰이건만 날마다의 시중이 조련(調練)ㅎ지 않다. 벚나무, 능금나무---제일 귀찮은 것이 담쟁이이다. 담쟁이란 여름 한철 벽을 온통 둘러싸고, 지붕과 굴뚝의 붉은 빛만 남기고, 집안을 통째로 초록의 세상으로 변해 줄 때가 아름다운 것이지, 잎을 다 떨어뜨리고 앙상하게 드러난 벽에 메마른 줄기를 그물같이 둘러칠 때쯤에는, 벌써 다시 거들떠 볼 값조차 없는 것이다. 귀찮은 것이 그 낙엽이다. 가령, 벚나무 잎같이 신선하..
가난한 날의 행복(幸福) - 5차 교과서 김 소 운(金素雲) 먹을 만큼 살게 되면 지난날의 가난을 잊어 버리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인가 보다. 가난은 결코 환영(歡迎)할 것이 못 되니, 빨리 잊을수록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난하고 어려웠던 생활에도 아침 이슬같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회상(回想)이 있다. 여기에 적는 세 쌍의 가난한 부부(夫婦) 이야기는, 이미 지나간 옛날 이야기지만, 내게 언제나 새로운 감동(感動)을 안겨다 주는 실화(實話)들이다. 그들은 가난한 신혼 부부(新婚夫婦)였다. 보통(普通)의 경우(境遇)라면, 남편이 직장(職場)으로 나가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을 하겠지만, 그들은 반대(反對)였다. 남편은 실직(失職)으로 집 안에 있고, 아내는 집에서 가까운 어느 회사(會社)에 다니고..
광장 최인훈 이 소설은 남북 분단의 비극을 이데 올로기적 측면에 서 본격적으로 다른 작품으로, 남과 북에 대한 객관적 반성이 나타나 있고 그 초월의 갈등과 상황의 비극성이 밀도 있게 표현되어 있다. 갈래 : 장편소설, 사회소설 배경 : 시간적 - 해방 이후 6·25 전쟁 종전 사이 공간적 - 남북한 주제 : 이념 대립의 부정과 사랑을 통한 구원. 분단 이데올로기 속의 바람직한 삶과 사회의 추구 분단 이데올로기 속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 의미 추구 경향 : 사실주의. 인도주의 성격 : 관념적. 철학적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표현 : 전체적으로 회상 형식, 철학, 사회학 용어의 빈번한 사용. 부분적으로 의식의 흐름 수법 사용 출전 : (1960) 구성 : 복합 구성. 분석적 구성 발단 - 월북한 아버지 때..
낙동강 조명희 낙동강 칠백리 길이길이 흐르는 물은 이곳에 이르러 곁가지 강물을 한뭄에 뭉쳐서 바다로 향하여 나간다. 강을 따라 바둑판 같은 들이 바다를 향하여 아득하게 열려 있고 그 넓은 들 품안에는 무덤무덤의 마을이 여기저기 안겨 있다. 이 강과 이 들과 거기에 사는 인간 -- 강은 길이길이 흘렀으며, 인간도 길이길이 살아왔었다. 이 강과 이 인간 지금 그는 서로 영원히 떨어지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인가? 봄마다 봄마다 불어 내리는 낙동강 물 구포벌에 이르러 넘쳐 넘쳐흐르네 철렁철렁 넘친 물 들로 벌로 퍼지면 만 목숨 만만 목숨의 젖이 된다네 - 젖이 된다네 - 에 - 헤 - 야 이 벌이 열리고 - 이 강물이 흐르 제 이 젖 먹고 자라 왔네 자라 왔네 - 에 -헤 - 야 천 년을 산, 만 년을 산 낙동강..
돌다리(이태준) 정거장에서 샘말 십 리 길을 내려오노라면 반이 될락말락한 데서부터 샘말 동네보다는 그 건너편 산기슭에 놓인 공동묘지가 먼저 눈에 뜨인다. 창섭은 잠깐 걸음을 멈추고까지 바라보았다. 봄에 올 때 보면, 진달래가 불붙듯 피어 올라가는 야산이다. 지금은 단풍철도 지나고 누르테테한 가닥나무들만 묘지를 둘러, 듣지 않아도 적막한 버스럭 소리만 울릴 것 같았다. 어느 것이라고 집어 낼 수는 없어도, 창옥의 무덤이 어디쯤이라고는 짐작이 된다. 창섭은 마음으로 ‘창옥아’ 불러 보며 묵례를 보냈다. 다만 오뉘뿐으로 나이가 훨씬 떨어진 누이였었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자기가 마침 방학으로 와 있던 여름이었다. 창옥은 저녁 먹다 말고 갑자기 복통으로 뒹굴었다. 읍으로 뛰어들어가 의사를 청해 왔다. 의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