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비장전(裵裨將傳) * 해설 : 조선후기 풍자, 세태소설의 대표작으로서, 한때 판소리로 불려지기도 했던 작품이다. 여인에 혹하지 않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했던 배비장이 주변사람들의 꼬임에 속아 넘어가 수많은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발가벗고 헤엄을 치는 수모를 당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벼슬아치의 위선을 통렬히 풍자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지만, 관료사회의 관행을 따르지 않는 신출내기에 대한 공모적 조롱이 부각된 면도 없지 않다. * 자료 : 서강출판사 판 고전문학전집에 들어있는 내용을 발췌하여 수록하였다. 인생 천지간에 무론(無論)남녀하고 인종은 일반이언만 그중에 우열이 판이하여 남자에도 현인군자와 우부천맹(愚夫賤氓)이 있고 여중에도 청부열절과 음녀간희가 대불핍절(代不乏絶)하여 형형색색으로 측량치 못할 것은..
이규보, '슬견설(蝨犬說)' 어떤 손(客)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어제 저녁엔 아주 처참(悽慘)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어떤 불량한 사람이 큰 몽둥이로 돌아다니는 개를 쳐서 죽이는데, 보기에도 너무 참혹(慘酷)하여 실로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맹세코 개나 돼지의 고기를 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떤 사람이 불이 이글이글하는 화로(火爐)를 끼고 앉아서, 이를 잡아서 그 불 속에 넣어 태워 죽이는 것을 보고, 나는 마음이 아파서 다시는 이를 잡지 않기로 맹세했습니다." 손이 실망하는 듯한 표정으로, "이는 미물(微物)이 아닙니까? 나는 덩그렇게 크고 육중한 짐승이 죽는 것을 보고 불쌍히 여겨서 한 말인데, 당신은 구태여 이를 예로 ..
운영전(雲英傳) [해설] 17세기 전반에 씌어진 애정전기소설. 한문본과 국문본이 함께 전해진다. 애정전기소설 가운데 최고의 수작으로 꼽히는 뛰어난 작품이다. 깊은 궁궐 속에 화초처럼 길러지던 궁녀 운영과 소년재사 김진사의 운명적이고도 비극적인 사랑을 감돋적으로 그려냈다. 비극적 운명을 예감하면서도 사랑의 열정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가장 인간적인 욕망이 비극을 낳고 만다는 설정에는 사회체제에 대한 문제제기의 의미도 함축돼 있다. (이상구 역주, 17세기 애정전기소설, 월인, 1999) [작품 읽기] 수성궁(壽聖宮)은 안평대군의 옛 집으로, 장안성 서쪽인 인왕산 아래에 있다. 이곳은 산천(山川)이 수려하여 용이 서리고 호랑이가 걸터앉은 형세를 하고 있으며, ..
최척전(조위한) 최척(崔陟)의 자는 백승(伯昇)이며, 남원(南原) 사람이다.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숙(淑)과 함께 남원부 서문밖에 있는 만복사의 동쪽에서 외롭게 살고 있었다. 최척은 어려서부터 뜻이 크고 기개가 있었으며, 친구와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고, 사소한 예절에는 구애를 받지 않았다. 이에 그의 아버지가 경계하여 말했다. "네가 배우지 않으면 무뢰한(無賴漢)이 될 터인데, 너는 장차 어떤 사람이 되려 하느냐? 하물며 지금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 바야흐로 고을마다 무사(武士)를 징집하고 있는데, 너는 활쏘기나 말타기 등 무술은 익히지 않고 늙은 아비에게 근심만 끼치고 있으니 효자라고 할 수 있겠느냐? 머리를 숙이고 선비를 좇아 과거 공부를 한다면, 비록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는 오르지는 못할..
호질(虎叱) * 열하일기 관내정사 편에 실린 연암 박지원의 글(소설?). 연암이 중국 여행 중 벽상에 걸린 격자에서 베낀 것이라고 기록하였으나, 전반적으로 연암의 필치로 되어 있고 연암 특유의 사상이 담겨 있다. 호랑이를 통해 썩은 선비를 꾸짖는 내용으로 돼있는데, 읽기에 따라 존명대의 내지 북벌론의 허구성을 신랄하게 공격한 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 출처 : 이우성 임형택 역편, 이조후기 한문단편집(하), 일조각, 1973 범은 예성문무(睿聖文武)·자효지인(慈孝智仁)·웅용장맹(雄勇壯猛)한 것이어서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다. 그러나 비위( 胃)가 범을 잡아 먹고, 죽우(竹牛)도 범을 잡아 먹고, 박(駁)도 범을 잡아 먹고, 오색사자(五色獅子)도 큰 나무 구멍에서 범을 잡아 먹고, 자백(玆白)도 범을 ..